짙푸른 바닷빛 혹은 가을의 높은 하늘빛. 쪽의 빛깔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고는 합니다. 수천 가지가 넘는 제주의 바닷빛까지도 그대로 재연할 만큼, 다양한 색을 내는 쪽염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자연 염색법입니다.
자연이 만드는 인디고 블루
대표적인 인디고 색상이 쪽염입니다. 실제로 쪽풀에는 약성이 뛰어난 인디고 성분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쪽염은 일명 청바지의 색이기도 하고, 생산직 근무자들을 일컫는 [블루 칼라] 일복의 상징적인 색이기도 합니다. 모시와 삼베 같은 여름 한복의 대명사, 그 푸른빛으로도 오랜 세월 동안 사랑받아왔습니다. 쪽염의 매력이란 무엇보다 색, 그 자체입니다. 짙은 초록의 쪽잎에서 얻은 색이 눈부시도록 새파란 쪽빛을 만든다는 것, 조금은 신비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방충, 항균의 약성 지닌 쪽풀
쪽을 이용한 자연염은 과정이 복잡하고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염료의 양이 매우 적습니다. 반면에 쪽물 들인 섬유는 식물이 가진 약성까지 고스란히 흡수하기 때문에 더더욱 귀한 소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항균 및 방충 효과가 뛰어나서 아토피, 습진 및 기타의 피부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효험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건강한 섬유가 옷이 되기 때문에 옷의 값어치가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피부 보호 성분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쪽물 옷을 입은 날은 손바닥이 파래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화학 약품으로 색을 가두지 않고, 자연 원물로만 물들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묻어나는 색은 물로 씻으면 그만입니다. 쪽의 파란색에는 피부를 위한 좋은 성분들이 담겨 있기 때문에 너무 강하게 비벼 빨거나 물에 오래 담가 두는 것은 금해야 합니다. 쪽염 의류는 다른 옷에 이염될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단독 세탁을 해야 합니다.
전통 쪽염의 수고로운 공력을 줄이는 대안
전통 쪽염 방식으로 계속 같은 빛깔을 유지하면서 많은 수요를 맞추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난제를 풀기 위한 대안으로 쪽풀 대신에 분말 형태의 [니람(泥藍, 쪽 침전물)]을 함께 사용하기도 합니다. 분말의 분량을 정해서 균일한 색을 낼 수 있다는 것도 상당한 개선점입니다. 이 방식을 통해 비교적 조금 더 합리적으로, 쪽염 제품을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쪽빛 하늘,
쪽빛 바다.
선연한 푸른색을
만나면 쪽빛을
이야기합니다.
이것이 바로
그 빛깔입니다.